서문

회사를 경영하면서 ‘온전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까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라틴어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한 말로, ‘현실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이 학생들에게 한 말로도 유명하다. 까르페 디엠의 숨은 뜻을 좀 더 풀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그리 중요하다고는 볼 수 없고,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를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결과는 신에게 맡긴다’는 의미이다.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 과연 경영의 요체가 될 수 있을까? 현재는 오로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망으로 노력을 한다면, 이는 과거의 잘못에서 발생한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열망으로 볼 것인가? 이와 같은 노력이 경영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즐겁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면,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라는 두 가지의 밸런스를 찾아 맞추고 접목시키려는 노력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힌 시점에서 이번 ‘2013 Italy Arete Tour’를 다녀오게 되었다. ‘Tour’는 여행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을 말한다. 이번 ‘2013 Italy Arete Tour’를 다녀온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지도자가 될 사람에게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이 간 구성원들은 앞으로 미래에 임원과 사장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므로, 그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그 여행이 이태리 그랜드 투어의 기본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아레테 투어의 의미와 재미, 여기에 더해 감동과 교훈, 그리고 비화를 중심으로 영감 얻고 또 느껴보고자 다각도로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아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한마디로 압축하라고 하면, 옛 것(르네상스시대)을 익혀 새 것(현대)을 아는 ‘온고지신’이라 하고 싶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있지만 르네상스시대와 현대의 조화는 온고지신의 글로벌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온고정신의 지혜를 가질 때 내실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필자가 많은 궁금증을 품고 떠난 이태리 아레테 투어에서, 여행을 하면서 느낀 상념들을 자문자답하며 나름대로 정리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 일종의 결론을 짓는 ‘생각하는 여행, 생각하게 하는 여행’의 형식을 취했다.
또한 르네상스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을 거시적으로 보기보다는, 미시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다뤄 독자들이 자칫 지루하지 않게 가급적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숲’은 몰라도 ‘나무’는 정확하게 표현하려 애썼다는 말이다. 하긴 이 작은 책자 안에 르네상스라는 그 엄청난 ‘숲’을 어떻게 다 표현하겠는가!   
르네상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렬한 창의력의 기운이 분출했던 역동적인 시기였다. 급변하는 위기 속에서 창의력이 분출했던 시대적인 원동력은 창의력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창의에 대한 수준 높은 니즈와 유능한 인재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모두 ‘아레테’, 즉 탁월함을 추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덕목인 아레테는 기술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인격의 탁월함을 함께 의미했으며, 예술가들은 아레테는 물론 ‘파라곤’을 추구하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그들은 창조적 영감을 얻기 위해 아름다움에 매혹된 삶을 살았고, ‘돌체(Dolce)’한 삶을 추구했으며 ‘행동하는 삶(Vita activa)’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는 이러한 르네상스시대 사람들의 장점을 받아들여 실정에 맞게 우리 것으로 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세시대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늘 숙고하는 삶, 관조하는 삶, 전전긍긍하는 삶, 고뇌하는 삶(Vita Contemplativa)’을 살았다. 결과적으로 ‘비타 악티바’와 ‘비타 컨템플라티바’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8박 10일이라는 짧은 여행기간에 2000년 전의 로마제국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문화유산과, 역시 수많은 천재들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주마간산'이란 표현을 썼지만, 아무래도 ‘주차간산’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짧은 일정이나마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며 로마에서는 정의와 사랑을, 피렌체에서는 수많은 천재들을 낳은 시스템을, 그리고 시에나에서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배우려고 노력했다.
특히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티,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등 세상을 바꾼 천재들을 많이 배출한 피렌체를 주목했다. 천재들의 창조적 영감의 원천은 아름다움에 매혹된 삶, 돌체(Dolce)한 삶의 추구, 행동하는 삶(Vita active)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 삶에 대해 공감했다. 그리고 천재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리더십과 이들의 지혜, 용기, 그리고 용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배우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또한 르네상스의 다양한 개념을 우리회사에 적용해 봄으로써 우리 회사의 현재 좌표를 살펴보기 위해 노력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책으로 엮어내느라 내용의 ‘깊이’는 몰라도 쏟은 ‘정성’만큼은 열과 성을 다했다고 구성원 여러분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쪼록 이 졸저가 이태리 아레테 투어의 작은 길잡이가 됨은 물론 삶의 행복과 인문학적 성찰을 두루 갖춘 ‘따뜻한 프로페셔널’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