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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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살과 같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내 나이 팔순(八旬)이 되었다. 나는 글 쓰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닌 내가 이렇게 책을 쓰려니 기억도 기억이려니와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 나름대로는 파란만장(波瀾萬丈)했던 지난 세월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주마등(走馬燈)처럼 뇌리(腦裏)를 스쳐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자서전 성격의 ‘자전(自傳)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더 나이가 들어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을 뒤돌아보며 ‘중간 점검 겸 정리’를 통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方便)으로 삼고자 함이다. 또 하나는 내가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을 가감(加減)없이 기록한 이 책을 통해서, 자그마한 교훈(敎訓)이라도 자손(子孫)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다.

내 고향 청도(淸道)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盆地) 지형을 이루고 있어 사람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고장이다. 다른 지방과는 달리 한마디로 혹서(酷暑)와 혹한(酷寒)이 없는 기후에 강수량(降水量)도 적당하다. 또한 청도는 경북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경부선 철도와 대구-부산간고속도로, 국도 20호, 25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要衝地)이다.
신라 삼국통일의 정신이념인 화랑정신과 조국근대화의 초석(礎石)이 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發祥地)이기도 하다. 청도군 전역은 오곡백과가 잘 되는 양질토로써 도내 과수재배의 최적지이며, 수려(秀麗)한 자연경관과 향교, 서원, 유적지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散在)해 있다. 문화관광 행사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청도소싸움축제’를 비롯해 정월대보름 민속문화축제(달집태우기, 도주줄다리기), 청도읍성밟기행사, 청도반시축제 등이 있다.

청도를 품에 안고 있는 경상북도를 소개하자면, 찬란한 신라 천년의 불교문화와 신비의 가야(伽倻)문화, 그리고 선비정신의 유교문화 등 민족 문화의 본산지이자 한국 문화의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호국충절의 고장으로 국난극복(國難克服)의 보루(堡壘)였으며, 새마을운동은 물론 자연보호운동 등 국민정신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경북 도민들은 화랑정신과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의리와 뚝심, 정의감(正義感)을 중시하는 굳건한 기상(氣象)과 아울러 산업근대화의 주역으로서 드높은 미래개척정신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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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인 청도군 풍각면 안국에서 아버님(梁順煥)과 어머님(郭且善)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우리 형제는 5남매(3남 2녀)로서 내 위로는 누님 두 분과 밑으로는 남동생 둘이 있다.
우리 가문의 선조들과 선친을 비롯한 어른들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너희들은 부정과 결탁하지 말고 늘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해 주셨다. 아무리 잘해도 칭찬에는 인색(吝嗇)하셨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곰곰이 부모님을 회상해보면 엄부자친(嚴父慈親)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님은 엄하시고 어머님은 자애로우신 분으로, 두 분 다 자식들에게 속사랑을 아끼지 않고 듬뿍 주셨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에게 부모님은 ‘정도’를 일깨워주신 평생의 스승이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장난이나 싸움에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별난 놈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렇게 싸움이든 뭐든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은 꽤 많지만, 주로 주위의 급우들과 친구들을 남다른 통솔력(統率力)으로 원만하게 이끌었다. 서로에 대해 갈림길에 서서 의견이 일치(一致)되지 않을 때 내가 뛰어 들어가서 “이게 낫다!”고 합의점(合意點)을 도출(導出)해줘 통솔력과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항상 선두에 서서 남보다 앞서 나갔다.
학창시절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할 때 비교 대비하여 이런 방향이 어떠냐고 중간에서 조정(調整)역할을 자임(自任)했다. 이렇게 학창시절에 조정역할을 많이 맡아서인지, 훗날 대구지방법원 청도 법원조정위원장을 역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는 직계(直系)로 2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장남 항석은 대흥농산(大興農産) 사장으로 1남 1녀를 두었다. 손자 준영이는 중국 북경외국어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손녀 지연이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합격하여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둘째 필석이는 일본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대흥농산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손자는 일본 동경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손녀는 진주사범대학에 입학하였다.
딸 무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립대학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사위도 역시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博士課程)을 수료하였다.
나의 직계는 장남, 차남, 딸 공히 의논이나 한 듯이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을 출산(出産)하여 건강히 학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할아버지로서는 더 이상의 행복(幸福)이 없다.
자, 이만하면 80평생(平生)을 살아온 나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뤘다고 자부(自負)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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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업할 때 신의(信義)와 성실(誠實)로 임해 당좌수표(當座手票)와 어음을 한 번도 발행한 적이 없다. 부산에 살면서도 만일 범일동 시장의 문방구에서 내가 발행한 약속어음 용지에 도장만 찍으면 거래처 사람들은 바로 할인해줄 정도로 신용(信用)이 있었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보면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업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나온다.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義理)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역시 신뢰(信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나는 부산이나 김해, 그리고 고향인 이곳 청도에서도 신뢰(信賴)와 명성(名聲)을 떨쳤다. 저 사람은 언행(言行)이 일치해 믿을 수 있다는 거였다. 이렇게 안전적으로 신용(信用)과 신의(信義)가 있었기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용기를 내서 하면 막힌 적이 없었고, 현재까지도 편안하게 만사형통(萬事亨通)이었다. 한마디로 열심히 일을 했더니 운(運)이 따라주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내 나이 80을 맞이하면서 회고(回顧)해 보건대, 지역사회에 거금(巨金)의 성금봉사는 아니었더라도 영흥직물공업사와 광동직물공업사, 오늘날의 대흥농산 직원 310여 명 의 급여 지급을 통한 고용창출, 주·부식 소모, 자금의 지역금융기관 유입 등은 지역경제에 직·간접으로 나름대로 기여(寄與)했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나는 1991년 제4대 경북도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3선 국회의원이며 건설분과위원장과 문공분과위원장을 역임(歷任)한 거물(巨物) 정치인 박권흠 씨를 꺾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나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박권흠 씨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은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유권자인 군민들이 나를 선택해 주셨기 때문에, 이 지역사회가 나에게 무한한 지지(支持)와 신뢰(信賴)를 보내주셨기 때문에, 이 부분을 탕감(蕩減) 받아 부채를 갚고 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여태까지 경북도의회 도의원을 두 번 역임했지만, ‘부채(負債)’라고 한 것은 이 지역사회에서 돈을 빌리거나 물건을 빌린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부채’를 말한다. 나에게 지지와 성원(聲援)을 해주신 데 따른 고마움과 부담감에 대한 보답하는 차원에서 ‘마음의 빚’을 청산하고 가야겠다는 이런 신조(信條)는 현재도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原動力)이 되고 있다.
도의회 의원 생활 중 오늘날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의원 15명의 서명(署名)을 받아 부동산소유권이전에 관한 특별법 제안 설명을 하고 도의회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되고 국무회의(國務會議)에서도 통과돼 경북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행(施行)하게 된 일이다.
두 번째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식재(植栽)한 것이며 세 번째는 각남농협 김종수 조합장이 C.A 저온창고 건립 예산이 부족하다고 내게 상의해 와 당시 이판석 경북지사께 말씀드려서 1억 5천만 원의 지원(支援)을 받은 일이다. 
또 하나는 제4대 도의원 선거 후 박권흠 씨가 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서 대법원(大法院) 선고(宣告)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력이 좌우되는 매우 경황이 없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은 바 업무에 대해서는 끝까지 성실하게 100% 수행(遂行)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지역사회에 족적(足跡)을 남긴 일은 유권자에게 내가 도의원으로서 맡은 바 할 일을 했다는 긍지(矜持)와 자부심(自負心)을 심어주었으며, 유권자들이 나를 아낌없이 지원해준 크나큰 성원(聲援)에 부응(副應)하는 성과(成果)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2년 실시된 또다시 제7대 도의원에 출마하여 제4대에 이어 당선돼 의정단상(議政壇上)에 화려하게 권토중래(捲土重來)했다. 도의회 등원(登院) 이후 경원회 회장과 징계자격특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幹事)로서 품위와 인격함양에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사회에서도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대구지방법원 청도법원의 조정위원과 조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승자와 패자 없이 화해(和解)와 조정(調整)에 열정을 쏟아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무보수로 헌신(獻身) ‧ 기여하였다.
복잡하고 다양한 법적 분쟁(紛爭)들은 법관들의 판결에 의한 일도양단(一刀兩斷)적인 해결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정위원(調停委員)들은 그동안 각 분야에서 취득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대화(對話)와 타협(妥協)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자부심(自負心)과 긍지(矜持)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구지방법원의 각종 조정사건의 해결에 미력(微力)이나마 기여(寄與)해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성장도 중요하지만 도덕성(道德性) 회복이 더 절실하다.
임기동안 수십 명의 조정위원들의 전문지식(專門知識)과 인생경험을 활용하여 한결같은 원칙(原則)과 태도를 중시하고, 분쟁 해결에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다.
이렇게 나는 지역사회에서도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대구지방법원 청도법원의 조정위원과 조정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승자와 패자 없이 화해(和解)와 조정에 열정을 쏟아 반목(反目)과 갈등(葛藤) 부분 해소(解消)에 무보수(無報酬)로서 헌신(獻身)‧기여(寄與)해 주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칭송(稱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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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속해 있는 모임에는 곽병원 원장 곽외순 씨를 추모하는 보인계(契), 고교 동창 모임인 상모회, 청란계, 청담회, 금란계, 청도로타리클럽 회원, 의정회, 낙우회, 갑장(甲長)계 등의 모임에서 우정과 친선을 돈독(敦篤)히 하고 정담(情談)을 나누며 소일(消日)하고 있다.
국제로터리클럽 3700지구 로터리클럽은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에 있는 비영리 봉사단체이다. 나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이 클럽 회장(會長)을 역임(歷任)했으며 지금은 회원으로 봉사(奉仕)하고 있다.
담수회(淡水會)는 우리의 전통 사상인 윤리 도덕을 선양(宣揚)하며, 유학(儒學) 이념의 현대화와 대중화, 실천을 통하여 경제 선진화와 더불어 도덕도 함께 발전을 도모(圖謀)하기 위하여 1963년 대구광역시에서 설립된 사회단체이다.
청도군에서도 1992년 2월 17일 담수회 청도군지부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나는 현재 성균관유도회 청도군 회장과 함께 경북 청도군 풍각면 담수회 회장을 맡아 지역사회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奉仕)하고 있다.

또한 나는 오늘에 이르도록 무보수(無報酬)인 영남대학교 청도지구 총동창회 회장과 청도군 전 진농회 회장을 역임하며 정보교환(情報交換), 선진지 견학 등 상호 친선에 기여(寄與)하고 이바지하고 있다.
청도군의 농협을 하나로 합병하기 위하여 농협 합병추진위원장을 맡아 최선을 다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조합장들이 자리를 같이 할 때는 합병(合倂)하자고 했지만, 헤어지면 각기 자기 조합의 조합장이 되기 위하여 합병을 반대함으로써 결국 무산(霧散)되고 말았다.
한편 청도군 성균관유도회 회장직을 4년간 맡아 성균관 경북도 본부회장 남병택 씨와 도 예산을 반영하기 위하여 경북지사를 방문, 경상북도 유도회의 활성화 방안 등을 같이 의논하였다. 또 얼마 전에는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생 학술발표회(學術發表會) 행사를 청도군민회관에서 성공리에 행사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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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가 낳은 걸출(傑出)한 인물인 이의근(李義根) 전 경북도지사는 나와 동향(同鄕)인데다 영남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철저한 자기관리(自己管理)로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獻身) ‧ 봉사(奉仕)하신 청남 지사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청렴(淸廉)한 공복(公僕)이요, 공무원의 표상(表象)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또한 부천시장과 청와대 수석, 3선의 경상북도 지사로 재임기간 중, 빈틈없이 도정(道政)을 이끌어 왔음은 물론 한강이남 사학(私學)의 명문(名門)이자 최다 동문을 자랑하는 영남대학교 총동창회장, 영주의 선비촌, 대신대 총장,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요직(要職)을 두루 역임(歷任)할 정도의 화려(華麗)한 경력(經歷)은 우리 청도의 자랑이요, 큰 별이었다.
나는 이의근 지사 공덕비건립추진위원장으로 추대(推戴)되어 정성어린 군민의 성금(誠金)으로 공덕비를 무사히 준공하게 되었다. 이의근 전 지사는 고향 청도군을 시작으로 오랜 공직생활 동안 지역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생전에 인자후덕(仁慈厚德)한 모습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공무원의 표상(表象)이 되었기에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공덕비를 세우게 된 것이다.
2011년 4월 21일 열린 공덕비 준공식(竣工式)에는 김관용 지사를 비롯해 최경환 국회의원과 이철우 국회의원, 그리고 도내 기관장(機關長)이 많이 참석하여 준공식을 축제(祝祭) 분위기에서 마무리했다. 공덕비를 건립하고 남은 금액 2백여 만 원은 청도 인재육성(人材育成) 장학기금(獎學基金)으로 협찬(協贊)하였다.

우리 가문(家門)의 전통이 그러했지만 부모님은 굉장히 강직(剛直)하신 분들이었다. 어떤 일이든지 강직한 자기 소신(所信)을 뚜렷이 표현하시고 어물어물하지 않으셨다.
사람의 눈이 하나만 있더라도 사물(事物)을 보지만 둘인 것은 높고, 낮고, 넓고, 좁은 사물을 정확(正確)히 보려면 두 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물을 보는데 있어 ‘사태(事態)를 직시(直視)하는 눈’이 필요하다. 사태를 정확히 보고 매사에 임하는 ‘사태를 직시하는 눈’이야말로 우리 집 최고의 덕목(德目)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집의 가훈(家訓)이다.  
나는 ‘사태를 직시하는 눈’을 ‘매사를 두 눈으로 깊이 관찰(觀察)하라’는 뜻으로 가훈(家訓)과 사훈(社訓)으로 삼아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 가훈과 사훈에 벗어나지 않게 정도(正道), 즉 상식(常識)에 벗어나지 않도록 극히 몸조심을 한다.

“천리 앞을 내다보는 것보다 한 치 뒤를 돌아보는 것이 어렵다.
전체를 조망(眺望)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내면(內面)을 꿰뚫어 보는 일이다.
즉,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은 쉽지만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사람과 사물의 내면에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길러야 한다.”

중국 명대(明代)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뤼신우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안목(眼目)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어설픈 상대의 말솜씨보다는, 그 안에 내재(內在)된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서로간의 대화(對話)에서 중요한 것이다.

선조(先祖)들과 선친(先親)을 포함한 어른들도 부정(不正)과 결탁(結託)을 엄하게 경계(警戒)하시고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고 역설(力說)하셨다. 후환(後患) 없이 근심과 걱정이 없게끔 매사에 편하도록 마음에 거리낌 없는 정도를 가는 것은 ‘사태를 직시하는 눈’ 때문이 아니겠는가? 걱정 없이 매사에 사태를 직시하면서 우(愚)를 범하지 않고 행동해 정도를 가면 후일(後日)이 편하다.
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중적으로 어느 편에 구애(拘碍)받지 않고 정도(正道)를 가는데 있어 몸 사리지 않고 용감(勇敢)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말은 결국 불의(不義)하고 타협(妥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나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부정과 타협 없이 오직 정도(正道)로 살아왔다. 그래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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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가는 인생에서 후손(後孫)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은 조상들이 돌아가신 후 마지막 남은 재산(財産), 즉 제사(祭祀)를 지내기 위해 남긴 토지(土地)를 다 팔아먹더라도 눈치 하나만은 팔아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말은 말을 해서 이해(理解)하기보다 상대 눈치를 봐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眼目), 즉 혜안(慧眼)과 아량(雅量)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실을 직시(直視)하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든다면 신뢰성(信賴性)을 가지고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유대인 상법(商法)에도 나와 있듯이, 돈을 빌려줄 사람이 70%이고 돈을 빌려 쓸 사람이 30%라면 왜 빌려 쓰지 못하느냐,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이 신뢰(信賴)가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관계(人間關係)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지금 현재로서는 마음을 비워 해보고 싶은 것은 없다. 내가 꿈을 이루려고 열심히 일에 매진(邁進)할 때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일들이 마음먹고 정성(精誠)을 다하면 물 흐르듯이 순조롭다고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일에 대해서는 끝장을 봐야 후련한 성격이다.
매사에 집념(執念)이 강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모든 일을 마음먹고 달려들어 못 이뤄본 일은 없다. 내게 역경(逆境)이 없었는지, 아니면 매사에 집념이 강한 것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성격(性格) 탓인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든지 설치면 안 되고, 천천히 자기 확신(確信)으로 서두르지 않고 열(熱)과 성(誠)으로 최선(最善)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한마디로 열과 성을 다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귀결(歸結)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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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50여 국에 이르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날 때의 그 ‘설렘’부터 시작된다. 좋은 여행은 목적지보다도 그 과정과 도중(途中)에서 보다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여행뿐만 아니라 인간사도 마찬가지여서,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삶의 의미(意味)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물으면서 탐구(探究)하는 그 과정에서 보다 값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여행은 집을 떠나 밖에 나가 있는 기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에 돌아와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차분히 음미(吟味)하면서 현재의 삶을 알차게 가꾸어 나감으로써 여행의 의미는 여물어 간다.
독서는 그 책을 쓴 저자에 의해서 우리 생각이 이끌려가기 쉽다. 하지만, 여행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그 체험으로 자기 자신을 채워가기 때문에, 여행이 독서보다도 몇 배나 삶을 풍요롭고 충만(充滿)하게 가꿔준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취향(趣向)과 기질(氣質)이 같지 않은 동반자와 함께 길을 가면, 모처럼 떠나온 나그네길인데도 날개를 펴보지 못한 채 무거운 갈등(葛藤)의 골만 깊어져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 같은 비전과 목표를 공유(共有)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여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에 눈 뜨는 경이(驚異)와 함께 커다란 즐거움을 한 아름씩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로 설명한 바 있지만,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모든 여행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여정(旅程)’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짜 여행이다. 여행은 무엇을 향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즉 나 자신(自身)을 ‘발견(發見)’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집필(執筆)함에 있어서 그 동기(動機)는 서두(序頭)에서 밝혔거니와, 내 후손(後孫)과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의 좌우명(座右銘)과 생활철학(生活哲學)을 중심으로 피력(披瀝)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讀者)들이 어떻게 느꼈을는지는, 오로지 각 독자 제현(諸賢)의 몫이다. 아무쪼록 나의 서툴고 투박한 글이 극미(極微)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끝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누구보다도 반세기(半世紀)가 넘는 긴 세월동안 빈틈없는 내조(內助)로 가정을 화목(和睦)하게 이끌며 뒷바라지해준 사랑하는 아내(임정임)에게 진심(眞心)으로 감사한다.
또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과 손자 손녀들 그리고 며느리들에게 고맙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모로 고생하며 묵묵히 도와준 믿음직한 사위 김병주 군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15년 4월 신록(新綠)의 계절에 우거(寓居)에서     
정운(政雲) 양재경(梁在璟)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