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났을 때는 나라가 없었고, 광복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한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던 ‘6‧25전쟁’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나의 지난 체험(體驗)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意志)로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비극(悲劇) 앞에서 힘없는 개인이 어떻게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갔는지, 전쟁이라는 극한(極限)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本性)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나아가 그저 살아 숨 쉬며 평화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幸運)인지도 알려줄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중략).
나는 ‘하늘’과 ‘땅’에 의지하여 먹고 사는 농사꾼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하늘에서 내려주는 빗물, 이로 말미암아 붉은 황토를 뚫고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는 녹색의 생명들을 수확하는 일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하고 있다. 나는 평생 흙에 의지해왔고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중략).
독서와 관련이 있는 문장으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 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숙전(王肅傳)’편에 나오는 글귀로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글일지라도 백 번 정도 읽으면 뜻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와, 학문을 연마(硏磨)하면 뜻하는 바가 저절로 이뤄진다는 의미가 함께 들어있다.
이 ‘독서백편의자현’에 걸맞은 그런 인물이 바로 조선 중기의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선인과의 대화’를 통해서나마 그를 사숙(私淑)하여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독서에 정진(精進)해 왔다(중략).
진정한 의미에서 인이란, 한 사람의 도덕적 완성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인을 모아 커다란 인, 즉 ‘대동인(大同仁)’을 이루는 것이 유교(儒敎)의 궁극적(窮極的)인 목표(目標)인 대동사회(大同社會)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자는 올바른 정치, 즉 훗날 맹자(孟子)가 이론을 정립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주장한 것이다(중략).
미래의 동량지재(棟梁之材)로 성장해갈 나 허종주의 후손(後孫)들은 모두 위대(偉大)한 선조(先祖)들의 빛나는 얼과 유훈(遺訓)을 본받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며 나라에 충성(忠誠)하고 부모에게 효도(孝道)하여 든든한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가 되어 줄 것이리라 굳게 믿는다.
